장 선 아
위드치과의원 원장
상담심리교육학석사
한 인간이 전 생애에 성장과 성숙을 통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를 4가지로 요약해본다면 당면한 현실상황, 인간관계, 양심, 욕구일 것입니다.
풀어 나아갈 이런 과제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인간의 자아는 감당할 정도의 적응 혹은 부적응 대처방식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방어기제라 합니다. 이런 무의식적 방어기제를 필자는 성숙(成熟)이란 관점에서 정신병적 방어기제(왜곡, 부정, 망상:환상, 환청), 미성숙한 방어기제(투사, 행동화, 공상, 건강염려증, 소극적공격성, 신체화), 신경증적 방어기제(억압, 반동형성, 이지화, 전위, 해리), 성숙한 방어기제(승화, 예상, 유머, 이타주의, 억제)로 분류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서는 성숙한 방어기제 중 승화, 예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승화는 나의 욕구나 부정적 감정, 갈등상황을 양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타인과 좋은 관계로,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 및 해결하는 방어기제입니다. 승화는 누가 봐도 멋지게 갈등상황이나 부정적 감정을 좋은 방향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입니다.
이번호에서는 예상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유머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예상은 ‘미리 생각해 본다’는 뜻으로 앞으로 생길 상황을 미리 당겨와 생각으로 먼저 경험을 해보는 것을 말합니다. 앞으로 생길 상황 중 부정적인 면이나, 부정적 감정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실제 상황에 훨씬 적응적으로 대처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본인의 체형변화뿐 아니라 삶의 변화나 신생아 양육에 대한 부자연스러움이나 어려움을 미리 생각해보고 책이나 주변 지인을 통해 간접경험을 해 본 사람은 산후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훨씬 적습니다.
군대에 가는 것부터 사회초년생이라면 직장에 적응하는 것 등등 자신에게 당연히 다가올 일들에 대해 어려움이 뭐가 있을까 미리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심리적인 변인 즉, 심리적 안정성이나 끈기를 가진 사람들보다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유머(humor)는 라틴어 휴먼(humaus)에서 파생된 단어로 ‘흐르다’ ‘피를 잘 돌게 한다’라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웃기다’라는 뜻이 아니므로 코미디와 개그와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하며 익살스런 농담이란 사전적 의미를 넘어야 합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유머란 성숙된 방어기제는 상황에 내재된 재미있고 즐거운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가볍게 웃기는 것을 포함해 우리의 힘든 삶을 팍 드러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놀라움, 반전이 포함된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들 덕분에 상황의 긴장이 풀어지고 웃음바다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웃음이 한 번 빵하고 터지면 상황이 종료되거나 유해집니다.
유머라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쓰는 사람들은 본인의 아픔을 승화시켜 웃음의 소재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아픈 상처를 건드려도 망설임이 없고 아픔 상처에 대한 질문에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야, 너 눈치가 없는 거 아니야?”란 단짝친구 영훈이의 핀잔에도 “내가 눈에 뵈는 것이 없잖아~^^.”라고 익살스럽게 웃어넘길 수 있는 우리의 수남이는 안내견의 도움이 있어야만 바깥생활을 할 수 있는 맹인 장애우입니다. 수남이를 힘들게 했던 볼 수 없는 고통이 더 이상 수남이에게는 고통이 아니고, 뵈는 것이 없어 눈치가 없다고 말하며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로 볼 수 없음으로 인한 많은 고통의 시간을 이기고 견뎌왔을 수남의 승리에 뭉클함까지 전해 옵니다. “야, 너 눈치가 없는 거 아니야?”에 “그래, 나 안보여 그런다 어쩔래?”같은 식의 되돌려줌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머는 가장 최고의 성숙한 방어기제로 건강한 마음의 증거랍니다. 나를 너를 보듯이 바라보는 객관화를 통해 나의 아픔을 내 것으로 만들어 성숙시킨 유머 감각의 비결은 힘든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힘에 있습니다. 그리고 웃는 겁니다. 나도 웃고 우리 함께 웃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