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내부는 안전했던 편 월남군 소위 집과 사이공대학 등 방문
김 영 수
서울대 명예교수
베트콩이 접근할 수 없는 군함 내부가 우리 숙소여서 안전함을 느꼈다.
옥상에 있는 스카이 라운지에서 필리핀 가수 서너명의 시원치 않은 공연이나 보고 미군들이 빈 맥주깡통을 쌓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보고 내가 두려움없이 국교 4학년때 총알의 화약으로 불꽃놀이 하던 6.25때 공포의 기억이 스며들었다. 우선 숙소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그다음에는 시간 나는대로 내가 보고 싶은곳을 가보기로했다.
어느 날 월남해군 소위가 우리함정 옆에 서있는 나에게 다가와 자기 집을 구경하러 가지 않겠느냐? 고 흥미를 끄는 질문을 해서 무심코 그들이 사는 것을 직접 볼 기회라고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갔다. 그런데 가깝다고 했는데 무려 도시 외곽 변두리를 30분이나 달려 드문드문 벌판에 가옥이 있는 지역으로 갔다. 사이공에 도착하자마자 군에서 한 주의사항이 떠올랐다. 외출 시에는 반드시 두병 이상 동행하고 외진 곳이나 너무 멀리 가지 말 것을 나는 본의 아니게 어기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너무 먼 것 같다고 했으나 그는 괜찮다고 했다. 등골이 오싹하는 공포가 나를 에워쌌다. 솔직히 두렵고 겁이났다. 가끔 파병 한국군이 한두명 북한에까지 납치된 보도도 있었던 때였다. 그집에 도착해 집안을 살펴보니 자그마한 단독주택에 노인 어머니 한분이 있었고 부인과 아이가 있고 전통적인 불당 같은 것이있고 대충 훑어보고 즉시 돌아왔다. 그런데 왜 나를 자기집까지 가자고 했었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언어 소통도 안되 불편했고 나도 불안해서 방문객으로의 예를 갖추지 못해 미안한 마음 이었다.
다음 방문한곳은 사이공대학 이다. 월남사람들에게 물어서 안내자 없이 찾은탓에 말이 통하지 않아 치과대학은 가볼 수가 없었다. 문과대학 같은데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들이 많이 눈에 띈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념사진 찍을 카메라 하나 구하러 미군 PX에 갔더니 백화점처럼 화려하고 물품도 많았고 얼굴이 하얀 한국인 여점원들이 많았고 고객도 한국인이 많았다. 전쟁터인 이곳에 웬일로 많은 한국인들이 몰려와 있는 것일까? 장사하러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런 루트를 어찌알고 왔을까? 그런데 여기와서 놀란 것 가운데 하나는 대체적으로 작고 깡마르고 까무잡잡한 월남 사람들에 비해 한국인들은 체구도 크고 살찌고 피부가 희고 잘생겼는지 우리도 서구인에 못지 않게 우수한 민족이란 걸 뚜렷하게 인식하게 됐다.
다음엔 시내 중심가와 정부청사와 주변 시장을 들려보았다.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그 흔적이 남아있었고 상가나 시장은 우리나라와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한번은 시장해서 길가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사먹었는데 뭔지몰라 억지로 먹었다.
맛도 그렇고 먹고도 속이 개운치 않은 느낌이었다. 호주에도 월남남민 지역이 있다. 그런데 그후 교환교수로가 호주의 시드니 월남 식당에 가 시드니치대 교수와 먹은 식사는 그런대로 먹을만 했지만 한국에서는 잘 안먹는다. 호감이 안간다. 그때는 우리보다 낮은 문명국인들의 음식이란 선입견 때문일것으로 사료된다. 내가 미국유학시 기숙사에서 김치를 먹는 것을 본 다른나라 학생들은 내가 박테리아를 먹는다고 소리를 지른 일이 있다.
이와 비슷한 개념이었을 것이다. 식당 건물자체도 거리상가이고 내부 화려한 꾸밈도 없고 문도 없고 에어컨도 없고 비위생적인듯한 그들의 자연스런 재래식 환경이 만들어준 영향때문이 아니었나 판단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나라가 부강해야 한다생각이 들었다. 2주간의 작업이 모두 끝나 다시 귀국 길에 오르게 되었다.
http://www.chihak.co.kr/news/2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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