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권유로 보철 전공 국제캠프서 우정 나누며 영어도 익혀
김 영 수
서울대 명예교수
대학원 진학 (치의학과 보철학 전공)
그렇게 대학원 시험을 치르고 석사과정에 입학했는데 사실 전공과목 선택에 고민이 많았었다.
학교에서는 대학원 시험 볼 사람은 미리 각 전공 주임교수에게 찾아가 인사를 하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구강외관에 매력을 느껴 이춘근 교수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시험원서를 사고 신체검사증을 만들려고 가까운 명동 경찰병원에 들렀다. 그런데 치과에 있던 최경명이란 선배가 “외과하면 밥도 못 먹어 보철해” 하면서 야단치는 통에 집에 가 가족들과 상의하고 치과 문제로 불편을 많이 경험하신 고모의 권고로 결국 보철학전공을 결심하고 외과는 포기하고 보철과 주임교수 이영옥 교수님을 찾아가게 되었다.
시험에는 응시자 7명 중 나와 양원식이, 합격해서 임상 수련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대학원생은 자동 인턴이 되던 시기였다. 김재권이 수련 과정만 같이했고 공군 군의관으로 복무 중이던 14회 선배 이대원 씨가 1년 정도 파견나와 있었고 보철학 교실에는 이영옥, 심태석, 장완식, 김인철, 진용환, 신범철, 조금옥 교수가 있었고 석사과정을 마친 서정훈 씨가 있었는데 직위는 모르겠다.
양원식이는 이영옥 교수가 맡고 나는 심태석 교수에게 지도가 맡겨졌다. 본인의 희망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인턴과정은 급조된 제도여서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아 무급이엇고, 레지던트 말년에 아주 조금 받은 기억이 있다.
그 다음 해에 장익태, 이선형, 김지수, 구자전이 대학원 석사과정에 들어왔다. 나는 논문 테마를 받고 임상시험하고 석사 논문 쓰는 사이 어느덧 당시 2년이던 레지던트과정도 끝이나 군에 입대하게 된 시점이었다. 다른 과에 들어간 친구들은 그 무렵 신설된 박사과정 시험을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보철과는 아직 박사학위가 없는 교수가 있어 우리는 시험을 못 보게 했다. 나는 지도교수에게 찾아가 “군대에 가면 공부를 할 수 없다고들 합니다. 기왕 준비했으니 시험만 보게 허락해 주심시오, 그리고 휴학하겠습니다” 라고 간청을 드렸더니 지도교수는 “그럼 단 한번만 기회를 주겠다. 떨어지면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말씀을 남기셨다. 나는 다행이도 합격은 했으나 곧 휴학서류를 내고 해군에 입대했다.
또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펜팔로 사귀던 미국 여자 친구의 이름은 Pamela Wintberry인데 영어 편지쓰는 것을 익히기 위해 주위의 권유로 해보았지만 그것뿐이고 전공의 2년차때 무더운 여름방학때 한 기독교단체 KNCC에서 기획한 국제 work camp에 참가해서 한 달 동안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남녀 청년들과 우의를 다지면서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하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립다. 얼마 전까지 이들 이름을 적은 수첩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사 다니면서 언제 다시 50년이 지난 사람들과 교류를 할 일이 있겠나 해서 아쉽지만 다 내버렸다.
그런데 지도교수는 날 그 캠프에 못 가게 했었다. 자기와 낚시 하러 가자는 것이다. 나는 마지못해 떠날 때는 같이 가지만 도중에 그 캠프로 떠나가야 한다고 했다. 일단 출발 당일 아침에 교수님댁으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부인께서 어디가냐고 물으셨다. 교수님은 낚시 도구를 갖추시고 지도 학생들과 낚시하러 간다고 하시고 같이 서울역으로 갔는데 기차 안에서 우리 두어칸 뒷자리에 이미 사전에 약속된듯한 다른 분드로 와 있었다. 하루는 따로 절 구경을 하고 다음날은 교수님은 따로 모셔 안 가시고 저수지로 낚시를 하러 갔다. 다른 학생들과 나는 도구가 없어 대나무에 낚시줄을 매고 추와 바늘을 달아 생전 처음 낚시를 하게 됐다. 그런데 좋은 낚싯대를 가진 사람들은 아무도 못 잡았고 나만이 작은 붕어 한 마리를 잡았다. 무슨 일인가. 교수님은 저녁에 장님붕어라고 과소평가하셨지만 나 나름대로 무슨 뜻이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는 캠프 장소가 경주여서 그다음날 부랴부랴 그곳을 떠났고 그 뒷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었지만 듣지도 못했다. 나는 캠프의 즐거움으로 강요된 여행의 기억을 모두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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