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후 서울서 중학교 다니길 꿈꿨지만 우선 일고 진학
김 영 수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 남하 피난 학생그룹 결성
그리고는 같이 일고에 진학한 같은 반의 김병호란 친구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자기도 서울에서 살았었다고 하면서 ‘서울남하 피난학생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교정에 있는 광주학생사건 기념탑에 7,8명이 모여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회고록이라도 쓰게 된다면 넣으려고 별도로 잘 보관해 두었었는데 그만 분실하고 말았다. 그들 모두를 기억하지는 못 한다. 그중에 하나는 이형국이란 친구였다. 연세대 법대 교수를 역임했었는데 최근에 작고했다. 가장 잊을수 없는 친구는 김병오 였는데 그 친구는 나처럼 돈도 없고 사귐성도 없는 나에게 일요일에도 찾아와주고 같이 많은 이야기 나누면서 같은 취향을 가지는 길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장성 백양사에 같이 간 일도 있고 취미도 점점 같아져 갔고 문학에 대한 재능도 컸다. 일고문예지 출판도 같이 했고 당시는 출판서적이 많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고 의견도 나누고, 도서관에 있는 소설책으 누가 먼저 다 읽는지 경쟁을 하자고도 했었다. 그때 읽은 책으로는 춘희, 마농 레스꼬, 칼멘 등 세계문학전집 외에 기타 위인전 등이었다. 나중에 둘이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자고 했다. 그때 현대문학지에 실린 김현승의 시는 정말 우아하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서로 헤어져 살았지만 어느날 서울대 대학신문에 ‘광화문 네거리는 서울의 네거리’란 시를 보고 감탄했었다. 겨우 나는 한국일보 독자란에 ‘연’이란 시를 투고했더니 실려 치대 1학년 급우들이 좋아했던 일이 있었다. 친구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나중에 다시 회고하기로 하고 또다시 학교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학폭경험
교실 건물과 거리쪽 담 사이에는 약간의 공간이 있었는데 세력다툼 이었는지 힘 꾀나 쓰는 학생들이 가끔 주먹싸움하는 것이 구경거리의 하나였었다. 우리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해서 아무도 선생님께 말하지 않았다.
학폭이 사회문제가 되는 시대가 되어 말하기 싫지만,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아 가슴에 뭍어두었던 고교시절 나의 학교폭력 경험을 말하겠다.
같은반 내 뒷자리에 앉은 학생이 옆에 앉은 학생과 소곤소곤하면서 뒤에서 내 의자를 발길질로 툭툭 차니까 돌아다 보고 그러지 말라는 표정을 지은 그것밖엔 없다.
며칠후에 나는 얼굴도 모르는 또래의 또한 친구와 내 거처를 찾아와서 할 말이 있으니 나오라고 해서 따라간 곳은 서동 방송국 언덕의 평지였다. 대뜸 주먹으로 내 복부를 한 대 때려 내 허리가 앞으로 굽혀지는 순간 그놈은 발을 들어 내 얼굴을 걷어찼다.
나는 빨리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 다행이 맞지는 않았지만, 동행한 다른 한 놈은 내가 싸움의 적수가 안된다고 판단되었는지 마치 심판원처럼 가로막아 말려 폭행은 정지됐고 나에게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하는 것으로 끝을 내고 빨리 집으로 돌아왔으나 나는 왜 내가 사과해야 하는지 오랫동안 분이 풀리지 않았다.
나는 몸도 약하고 마음도 약해서 격투기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 후 다신 그런일을 당해선 안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저녁에 권투 구락부에 나가 한달을 배웠다.
결국, 싸움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데에도 ‘강의를 듣고, 실습하고 실행해보는 것’을 뼈아프게 체험한 것이다.
이런 모든 불편에 대한 답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http://www.chihak.co.kr/news/20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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