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군의학교서 작은군화로 고생 월남파병 자원했지만 무산
김 영 수
서울대 명예교수
해군 군의학교 입교
내가 미국 병에 들고 나서는 마음은 미국에 가 있었다.
입대할 때가 되어 1964년 4월4일 44명의 군의 요원들과 함께 벚꽃이 만발한 진해 해군 군의학교에 입교하게 되었다. 작은 군화를 주고 군화에 발을 맞추라는 것이 가장 괴로운 일이었다. 비는 오는데 질퍽질퍽한 길에서 M1 총을 들고 터진 구두 신고 구보시키는 것은 일종의 고문이었다.
상사 계급장을 단 교관은 군의 후보생들을 사병 대하듯 하고 신이 작다니까 사병들이 신던 낡은 구두를 몇 개 던져 주고 골라 바꿔 신으라고 했다. 후에 왼쪽발 잔등이 붓고 갱글리언이 생겨 수술을 받고 한참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다. 그 수술 절개 부위 감각 이상은 10년 이상 지속 됐다. 지금도 가끔 tendon이 눌리면 아프다. 그때 ‘사람의 몸에 칼을 대는 것은 금해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 졌다. 천자봉 행군 훈련 때에는 나는 키는 크지만, 체력이 약한데 뒷줄에 서는 사람에게만 무거운 기관총신을 메고 가게 하는 데 아주 완벽히 질렸었다.
나머지 전투 훈련은 경상도 상남 해병대 훈련소에서 받았는데 M1 소총 사격훈련, 수류탄 투척, 각개전투, 야영, 적 고지에 대한 야간 공격 훈련 등은 사실 두려움보다 흥미진진한 게임 같았다.
가장 괴로운 것은 강의 듣는 것이었다. 해군의 전략, 함정 등 무기체계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생전 처음 경상도 지방에 노출된 때여서 교관들의 강의를 알아듣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해군 교관에는 경상도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교수, 방송인, 대중 앞에서는 사람은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가기까지 했다.
월남 파병 자원
국 복무 2년 되는 해부터 월남전이 확전되면서 국군 월남파병이 시작되었다. 청룡부대가 파병되 때 해군 치과 군의관으로는 그해 막 입대한 박태원 대위가 차출되었다. 그는 환송 회식이 끝난 후에도 안간다고 진해가 떠나갈 듯이 밤늦게까지 울면서 난리를 쳐서 대학 동기인 홍순용이 어르고 달래는 우발사건이 벌어졌었다. 전쟁이건 뭐건 모험심이 강한 나는 외국을 경험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나도 지원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무언가 인생의 색다를 길을 찾으려 했으나 잘 안됐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해군본부 의무감에가서 청원했지만 나는 독자여서 파병기준에 벗어나 절대 안된다고 해서 일단 포기하고 말았다. 나는 박 대위의 정신도 이해할 수 없었고 의무감실의 행정도 신뢰할 수 없었다. 당시 진해해군 병원 OPD 치과과장이던 김영철 대령도 동의하지 않았다. 해군병원에 보철 전공의 출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해군군의학교를 나오면 일단 1년은 포항 해병대에 근무해야 되는데 나를 진해의무단에 묶어두고 이용하려 한 것이다.
당시 군대에서는 될 일도 안되고, 안될 일도 된다는 속언이 있었다.
우리와 같이 훈련받은 군의 후보생 44명중 가톨릭의대 출신 1명은 같이 며칠 훈련받다가 도중 눈에 문제가 있다고 전역처리 되었다. 아무도 이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군이 상명하복 조직이기 때문이다. 같이 입대해서 포항 해병대에 복무하던 황영휘중위는 처방전 발행문제로 소속부대 상급 ENT군의관 대위를 때려 백령도로 쫒겨난 일이 있다.
그 군의관은 나의 치대동기 여학생이던 김순자의 남편이었다. 황중위는 미국 서부 개척사와 같은 삶을 동경해 미국 이민가서 한국에서 온 산악반 후배들과 함께 로키산맥을 등반하러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15회 동기 김순자는 개명해 이제는 충돌할 일이 없다.
http://www.chihak.co.kr/news/2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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