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던 대학 학점 평가법 교수 된후엔 객관적 평가에 중점
김 영 수
서울대 명예교수
대학으로 복귀
양교수와 내가 수련의였을때엔 의국사용자가 4명 이었는데 군에서 돌아오니까 그사이 치과대학의 교육연한이 2년이 늘어 예과출신 의국원이 무려 10명이나 늘었다.
소공동교사 보철과와 치료실과 기공실은 2층에 있었고 교수를 제외한 치료실 스텝들은 의국이란 공간이 있어 그곳에 옷장에 옷과 가운 개인용품을 보관했는데 방 가운데 무거워 보이는 실험실용 큰 밤색 두 개의 테이블이 접촉돼 있었고 작은 칠판이 하나있어 그곳에서 교실 세미나를 하면서 지냈다. 비품은 모두 경성치전의 유물로 보였다. 대학원 강의라고는 이영옥교수가 ‘physiology of occlusion’이란 100쪽 정도의 복사판 제본 교재를 준비해주어 처음 시작됐다. 다른 교수님들은 강의는 없었고 학점은 완전히 자기 지도학생 중심으로 얼굴보고 주는 느낌이었다.
교수님들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어 대학로 건너편에 있던 대학본부 교무과에 가서 확인해 본 결과 내 점수는 항상 양원식 보다는 아래였다. 나는 연로한 조부모님이 학비를 마련해 주는 형편이어서 노인들에게 체면이 좀 서게 장학금을 한번이라도 받게 해주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이점이 몹시 아쉬웠다. 이점을 하소연 했더니 대학본부 교무과에서 마지막 등록금에서 단 한번 기성회비 면제를 해 주었다.
그래서 내가 교수가 되었을 때에는 대학원생 학업평가에 대해 미국에서 배운대로 객관적 시험 문제로 꼭 시험을 보거나 객관적 관찰에 중점을 두어왔다.
우리가 처음 보철과에 들어왔을 때 정규대학원 입학자가 가지는 선점의식이 있어 처음에 외부 출입인들에 이질감을 조금 느꼈었는데 이번엔 후배 예과출신들의 텃세 느낌도 좀 있었다.
남이섬 야유회 준비
계절이 되어 교수들이 야유회를 준비하라고 했다. 장소는 남이섬으로 정하고 교수님 가족도 전부 초청하고 의국원 전원 간호원 기공사 모두를 포함했는데 예산이 한푼도 없었지만 버스 한 대를 내돈을 들여 마련했다. 마침 이영주 동문이 미국에 가기위해 사귀는 미군 한명이 한국인들 모임에 참가해보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문명과 관습의 차이로 문제가 생겼다. 올 때 양주를 한상자 가져왔었는데 남이섬에 잘 다녀 온 후에 그 술을 다 안마신 것으로 아는데 남은 것을 다 돌려 달라고 했다고 들었다. 서양인들은 초대받아 남의 집에 갈 때 자기가 마실 술을 가지고 갔다가 파티가 끝나면 남은 술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줬으면 그만이지” 사투리가 심한 후배 하나가 특별히 거칠게 반발했다. 남은 술병을 나누어 가진 모양이다. 남은 것은 되돌려 주기로 하고 다독여 끝냈지만 미국인 관습을 배우는데 큰 값을 치룬셈이 됐다. 우리의 관습대로라면 신미양요가 일어 났을 것이다.
여하튼 시끄러운 일이 일어났으니 주임교수님에게 죄송하게 됐다고 말씀드렸더니 “앞으로는 더 잘하게, 앞으로 자네들이 다 맡아서 할 일이니까”하고 지나가셨다. 당시에 이영옥 교수가 학장이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모함이 끊이지 않았다. 청렴하신 분으로 겨우 서교동 벌판에 집을 하나 마련하셨는데 “그집 수리하는데 서무과장이 학교 돈으로 해줬다” “뇌물을 받았다” “미국에서 인디아나 대학교 치과대학을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졸업장이 없는 청강생이었다” “대학원 실습비를 착복했다는” 등 모함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대범하셨는지 우리에겐 항상 근엄하시고 위엄과 학식을 갖추시고 존경받으시는 분이셨다.
http://www.chihak.co.kr/news/20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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