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된 4.19 분위기에 힘입어 교수들에게 교내 문제 지적도
김 영 수
서울대 명예교수
4.19와 5.16혁명에 따른 교내의 소요
4학년때 4.19에 이어 이듬해인 1961년 5.16이 일어났다. 4.19일 당시 오전부터 주변이 시끄럽더니 오전수업이 거의 끝날 무렵 반 학우들은 우리학교에서는 아래학년들은 빼고 4학년만 데모하러 나간다며 다들 나가자고 했다. 우리에게 배정된 자리는 국회의사당 앞이었다.
우리반 리더는 강효식으로 그는 1학년때만 총대를 했고 나중에 학생회장에 출마했다가 경기출신 복학생 지영관에게 고배를 마셨지만 그가 정선 지역 무의촌 진료중 급사해 강군이 사실상 줄곳 대표의 역할을 해오던 중이었다.
그가 모두를 이끌고 나갔다. 광화문쪽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그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는데 경무대(이전 청와대)쪽 에서부터 탕,탕,탕 총소리가 들려오고 사람들이 밀려나오면서 광화문 세종로를 향해 우리쪽으로 도망치듯 뛰어 달려 나오고 있었다. 그중에 일부는 총에 맞아 쓰러지기도 하고 일부의 사람들은 빼앗은 지프차, 소방차에 피를 흘리는 사람을 싣고 태극기를 휘두루며 어디론가 군중을 벗어나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도 속수무책으로 소공동으로 되돌아왔다. 그때 이학배가 반도호텔이 높으니까 거기 옥상에 올라가 현황을 살펴보자고 했다. 그런데 반도 호텔에는 엘리베이터 작동이 중지돼 있었다. 도시의 다른 지역은 조용했다. 총소리가 그렇게 무서운줄 몰랐다. 무슨 방안이 없으니 우리는 모두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교통이 모두 단절되어 약수동 집까지 걸어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그 소란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졌을까. 라디오 방송을 들으셨는지 동네에 소문이 퍼저서인지 나의 조모님은 나에게 혹시 무슨일이 생기지나 않았을까 염려하여 약수동집에서 소공동학교까지 걸어서 날 찾아 다녀가셨다고 했다. 그후에 4.19 부상학생 명단에 김재권과 1년후배 정상주가 이름이 올라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시대적 상황 때문에 다음날 학교는 갔지만 어수선했다. 학교도 분위기가 이상했다. 4학년 강의실에 모두 모여 있었는데 누군가가 학교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15회 졸업 예정자 클래스의 분노 분출
4.19 분위기에 휩싸여 4학년 중심으로 대학교육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우선 교수의 능력과 자질부터 시작해 교육방식 교육열 의지 학자적 양심 등 대학의 모든 문제점이 거론됐다. 당시에는 9시에 강의를 시작하고, 10시부터 병원 진료를 시작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진료시간으로 정해져 잇었으나 교수 대부분은 개인 치과를 가지고 있어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만 진료를 하고 시간만 떼우고 퇴근해도 되는 것으로 관례가 돼있어, 아에 점심때 개인치과로 향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돈버는 것을 자랑하는 스승들의 부족함을 많이 봐왔던 차에, 존경받던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도 쓰러지는판에 흥분한 학생들은 4학년 강의실에 모여 논의를 한 끝에 교수들을 모두 불러 오라고 하고 교수들을 앞에 세워놓고 교수 개인에 대한, 교육에 대한, 진료에 대한, 또 원내생에 대한 인격적인 처우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고 몇 명의 무능교수는 당장 학교를 나가라고 했다. 4학년은 원내생이라 부르벼 병원에서 직접 교수 환자진료를 옆에 서서 견학을 하면서 배우는데 훈련이 안된 학생들은 여러 시간 서있으면 다리를 아파했다. 혹시 복도 빈 환자벤치에 잠시 앉아 있으며 야단치고 또 견학할 때 뒷짐지고 서있으면 선생들은 뒤로접근해서 뒷짐진 손을 후려쳤다. 이런 것은 왜정때의 교육방식인 것으로 안다. 이런것들이 사소하지만 원내학생들에 대한 비인격적 처우의 일부에 해당됐다.
어떤 교수는 학생들의 질문에 동조하 듯 보직교수를 향해 “당신이 답하시오”라고 서로 미루기도 했다. 아무도 별 말이 없었는데 이때 갑자기 구강병리학의 김동순교수가 “너희들이 감히 교수에게 이럴 수가 있느나”면서 소리를 지르며 퇴장하고 다른 교수들도 따라 나가자 분위기는 반전돼 사태는 사그라드었다. 지도 그룹이 있고 잘계획된 정리된 이유를 가지고 항의를 한 것이 아닌 그당시의 흥분된 분위기에서 표출된것이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그 사건은 역사속으로 자연히 소멸되고 말았다.
http://www.chihak.co.kr/news/20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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