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참전 전엔 못 뵜던 박찬극제독 최근만나 틀니도 해드려
김 영 수
서울대 명예교수
박찬극 제독과의 마음의 인연
부질없는 일이지만 주변에서 당시 차기 해군참모총장이 유망한 박찬극 대령님을 만나 상담해보라고 권유해서 하루는 만나 뵈러 댁으로 찾아갔었는데 그날따라 자정이 넘도록 안들어 오셔서 먼저 돌아오신 사모님과 TV앞에서 다른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온 일이 있었다. 그때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셨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몇 년전 나와 가까이 지내던 서정권 해군제독과 정동조 제독과 40년이지난 해군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을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기억이 안난다고 했더니 그분은 아마도 박찬극 제독 일거라고 해서 결국 그립던 분과의 해후가 이루어졌다. 참모총장은 지극히 정치적이어서 못하셨지만 전역 후 스페인 대사 등을 역임하시고 지금은 강남에 혼자 사시고 계신다고 하셨다. 난 중앙초등학교 김흥권 선생님을 졸업 후 찾아뵙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맘에 그리던 분들을 찾는다. 그래서 정 제독의 주선으로 강남에서 한번 뵙고 식사도 두어 번 같이하고 마침 총의치를 하고 계셔서 인상을 채득하지 않고 틀니를 만드는 기법으로 복제의치를 선물해 드렸다. 올해 연세 98세로 아직도 정정하시고 최근 해군에서 박찬극제독 평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의 소식이다. 그런데 며칠전 정동조 제독으로부터 “영원한 sailor 박찬극 제독” 이란 책이 출판되어 보낸다는 연락이 왔다. (2024. 3월) 밤새워 읽고 그분을 다시 뵙길 기다리고 있다.
박제독님은 해군에 기여한 공이 너무 크시다. 6.25 전후에 전투과정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구축함을 2척이나 인수해와 강력한 해군을 이루신 분이다. 내가 해군에 복무할 때 미국 7함대 기함이 진해에 입항한 일이 있었다. 미국 치과군의관이 우리들을 초청해 견학을 갔던 기억이 있다. 해군 동료 홍순용 중위가 그만 길을 잃어 난리가 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위력있는 함정이었다. 그 군함을 보고 해군의 힘과 멋을 느꼈다. 그 배는 아니지만 그러한 군함의 함장도 하시고 스페인 대사도 역임하신 박제독님과의 마음의 인연을 여기에 기린다.
이듬해에 서울 해군본부로 전속되어 이젠 진해를 벗어나 집에서 출퇴근하고 퇴근 후 자유 시간을 갖는 거의 자연인이 되었다. 그런데 월남전은 끝나가는 것이 아니고 더욱 확산되면서 결국 해군도 백구부대가 참전하게 되었다. 그간은 청룡부대에 해군 군의관이 파견되는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해군이 직접 함선을 몰고 월남에 가서 작전하는 것이었다. 이번엔 내가 본부에 있으니 어려운 점이 없었다. 드디어 아무런 방해요인도 없는 상태에서 나는 내 꿈의 한조각을 이룰 수 있었다. 나는 인천에서 LSM을 타고 제주도 남방으로 가서 대형 LST로 갈아타고 남중국해를 지나 1주일 항해하여 월남 사이공 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백구부대로 월남참전
처음 가보는 외국땅이어서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나무는 어떤 모양이고 색깔은 무슨색 일까,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가득 차 잇었다. 흙탕물 새깔의 메콩강에 진입할 때 기관총을 단 미국 쾌속정들이 여기저기서 베트공을 경계하느라 고속으로 주변을 달려가고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야자수 등, 열대 나뭇잎이 늘어진 부두에 우리 군함이 접금하자 월남군악대가 환영 팡파르를 울리면서 우리를 맞이했다. 기분 좋게 입항을 하고 그날부터는 배안에서 숙식을 했다. 우리는 한국군의 방역작전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은 먼저 가 있던 군의학교 동기들이 미군 장교 숙소를 안내해 따라가 보았다. 출입구 둘레에는 미국들은 모래주머니로 바리케이트를 쌓고 기관총을 걸어놓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터짐의 순간을 경계하는 것이 보였다. 그 근처엔 사람이나 차량은 그냥 통과만 해야지 정체하면 방탄 조끼를 입은 미국 헌병들이 총을 겨누고 호루라기 불고 소리쳐 경고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한마디로 분위기는 살벌했다. 당시 베트콩들은 폭탄 차량으로 급습하는 것이 전술의 하나였으므로 간혹 일간지에 빌딩 전면이 폭파된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http://www.chihak.co.kr/news/20399
관련기사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