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잃은 물새 사진에 영감 하춘화 본인이 꼽은 대표곡
유 차 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경기대학교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책임교수
대중가요 유행가스토리텔러
<물새 한 마리>는 1969년 가을, 한 장의 사진이 모티브가 돼 노랫말이 지어졌다. 이미자가 부른 <황포돛대>의 작사가 이용일(본명 이일윤)은 신문을 들고 있던 손을 부르르 떨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가슴을 다독거렸다. 신문 속에는 천연기념물인 희귀종 물새 한 마리가 짝을 잃고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 아랫단에는 '충북 괴산 큰 호수에 매일 아침 날아와 사랑을 나누던 새 한쌍 중, 암컷이 수렵군의 총에 맞아 죽자 짝을 잃은 수컷이 죽어 있는 짝 주변을 맴돌며 애처롭게 울고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그는 따끔거리는 마음으로 사연을 베껴 적었고, 여기에 고봉산이 곡을 붙여서 하춘화의 목청에 저렁거리게 한다. 신문 기사가 난 2년 뒤다.
외로이 흐느끼며 혼자 서 있는/ 싸늘한 호숫가에 물새 한 마리/ 짝을 지어 놀던 님은 어디로 떠났기에 외로이 서서/ 머나먼 저 하늘만 바라보고 울고 있나/ 아~ 떠난 님은 떠난 님은 못 오는데// 갈 곳이 없어서 홀로 서 있나/ 날 저문 호숫가에 물새 한 마리/ 다정하게 놀던 님은 간 곳이 어디기에 눈물지으며/ 어두운 먼 하늘만 지켜 보고 있을까요/ 아~ 기다려도 기다려도 안 오는데. (가사 전문)
이 노래를 부를 당시 하춘화는 16세의 물새였다. 그녀는 1955년 영암에서 출생, 일신여상고 졸업 후 전문대·방통대·동국대를 거쳐 성균관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의 아버지 하종오는 1961년 일곱 살 딸에게 <효녀심청 되오리다>라는 곡을 담은 음반을 출반시키면서 가요계에 입문시킨 열혈부(熱血父)다. 2020년 하춘화는 65세인데, 팬들은 그녀가 산수(傘壽)·미수(米壽)에 이른 원로가수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하도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해서 긴 활동 기간을 가진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 사립문을 들어선 그녀가 희수(喜壽, 77)·미수(米壽, 88)·백수(白壽毒, 99)에 이르기까지 불러야 할 노래는 얼마나 될까. 그녀는 네 살 때 술한 유행가를 옹알거렸으며, 데뷔 후 50여 년간 대중가요 2,500여 곡, 드라마 주제가 60여 곡을 불렀다. 이 중 그녀가 말하는 최고는 데뷔곡 <물새 한 마리>와 고향을 노래한 <영암 아리랑)이다.
세계 최연소 음반 출반 가수로 추정되는 그녀는 1971년 데뷔 후 이듬해 고봉산과 같이 부른 <잘했군 잘했어>로 정상급 가수로 발돋움했다.
1985년에 남북예술인 교환공연 시 평양공연에 참가한 그녀는 1991년 개인 최다 발표회(8,500회)로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특히 2011년에는 데뷔 50주년 공연을 개최한 후 누적 금액 200억 원에 달하는 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했다. 1976년 고향 영암에 낭주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영암의 옛 명칭을 따랐지만, 주민들은 하춘화고등학교라 부른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51세 때 그녀는 예술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남편은 이인순, 언니 친구가 중매한 KBS 방송국 출신, 하춘화를 가수와 자연인으로 완성시킨 외조남(外助男)이다. 하춘화는 1955년생 이치현·길용우 등과 동갑내기다.
물새(water bird)는 물 위에서 헤엄쳐 다니거나 물가에서 생활하는 조류를 말한다. 물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발에 달린 물갈퀴로 물에서 헤엄쳐 다니는 수금류(水禽類)와 긴 다리로 낮은 물 위를 걷거나 주로 물가에서 생활하는 섭금류(涉禽類)로 나뉜다. 수금류는 영어로 water fowl이라고 하고, 오리 기러기류(고니류)를 일컫다. 섭금류는 보행성 새로 백로 왜가리·두루미·도요새·물떼새 등이다. 영어로는 wading bird이다. 당신은 수금류인가, 섭금류인가, 당신은 외로운 물새인가, 동반려(同伴侶)가 있는 물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