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5년만에 노래방 인기몰이 전통가요 1위 등극
유 차 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경기대학교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책임교수
최초 대중가요 유행가스토리텔러
기차역·항구·공항이라는 단어는 상봉과 이별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감성의 저울로 무게를 단다면 이별 쪽이 조금 더 무거우리라. 첫눈이 내리는 날 해후를 약속한 첫 사랑을 기다리는 안동역, 마지막 기차의 기적소리가 끊길 때까지, 안 오는 건지 못 오 는 건지 속을 태우면서 눈발 속을 서성거리는 기다림의 서정, 안동역에서 부르는 노래 <안동역에서>.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 만나자고 약 속한 사람 /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 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 기적소리 끊어서 밤에 // 어차피 지 위야 할 사람은 꿈이었나 /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대답 없는 사람아 / 기다리는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 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가사 전문)
경북 안동시 운흥동에 위치한 안동역은 서울과 경주를 잇는 중앙선의 중간역이다.
중앙선은 일본 제국주의 강제 점령기인 1923년 조선총독부에서 조선 제2종관선 건설 계획을 수립해 1935년에 중앙선이라고 명명한 후 7년여에 걸쳐서 완공했다. 총연장은 383km, 일본 제국주의는 우리나라 및 만주의 지하자원을 수탈(收奪)하고 일본에서 한반도를 거쳐 만주에 이르는 여객 및 화물 수송을 목적으로 부설했다. 이 역의 급수탑(給水塔)은 12각형 구조물로 형태가 독특해 등록문화재 제49호로 지정돼 있다.
<안동역에서> 작사가 김병걸의 고향은 경상도 안동, 가수 진성은 전라도 부안이다. 그렇다면 이 노래는 영호남 화합곡, 노래는 2008년에 발표됐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2012년부터 노래방 신청곡의 우선순위를 차지하다가 2013년 전통가요 부문 1위로 등극한다. 1991년 4월 부산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에 설치한 동전코인 투입 노래방 도입 이후 노래방을 통해 인기몰이를 한 대표곡이다.
전라도 가수 진성(전북 부안 출생, 본명 진성철)이 <안동역에서>를 부른 사연은 김병걸 작사가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봐 아우, 내가 용돈을 줄 테니까 내 노래를 좀 불러줘” 이렇게 건넨 음반이 ‘안동사랑 모음집’이었고, 그 속에 <안동역에서>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진성은 이 노래로 안동 방문도 잦아졌고, 안동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안동을 제2의 고향으로 자칭하고 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달리던 진성의 인기열차가 잠시 멈췄다. 2016년 12월 19일 KBS 1TV 가요대상 이후, 진성의 암 투병이 시작됐다. 림프종 혈액암. 2017년 2월 그는 수술을 받았다. 심장병 때문에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로, 가수는 12월이 대목이다. 진성은 휴 업, 그렇게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갔다.
진성이 이 노래를 만난 것은 무명의 긴 터널 속에 머물 때다. 그는 3세 때 집을 나간 부모님 탓에 동냥젖으로 컸고, 7~8세에는 친척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었다. 10대에는 유랑극단을 쫓아다니면서 트로트 신동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단다. 1960년생 진성은 마흔이 훌쩍 넘어 정상적인 가수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50세가 넘어서야 인기를 누리지만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암 투병을 하면서 진성은 억을했고, 불안했지만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탤런트 김성환이 아침저녁 으로 해주는 전화, 어머니 같은 전원주의 걱정, 축구동호회원 남보원의 격려가 재활의 지팡이가 됐단다.
한편 <안동역에서>는 표절 시비에도 휘말렸다. 두 개의 이름을 사용하는 작사·작곡가 정욱·정풍송이 이 노래가 자신이 작사·작곡한 나훈아의 <흰 구름>을 표절했다면서 서울남부지법에 작곡가 최강산을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흰 구름>은 나훈아가 1985년 발표한 독집 앨범 타이틀곡이다.
작사가 김병걸은 고향이 경북 안동으로, 안동·의성·예천이 만나는 낙동강 변의 부자 아버지 김순성의 9형제 아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대구예술대에서 방송연예를 공부한 그는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가 대중가요 노랫말을 쓰는 작사가다. 박건호·조은파가 시를 쓰다가 대중가요 작사가로 전업한 것과 같은 경우다. 그는 여수MBC·광주교통방송에서 가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1,700여 곡의 대중가요를 만들었다. 그는 <안동역에서>로 제13회 대한민국 전통가요대상 작사 부문 대상, 2014 MBC 가요 베스트 작사가상, 2014 자랑스러운 경상북도 도민상을 수상했다.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화자들의 2008년, 노랫말을 지은 김병걸에게 속내를 들켰고, 가락을 엮은 최강산에게 그리움을 강탈당했다. 첫사랑을 절창(絶唱)한 진성은 이 노래 한 곡으로 대중가수의 정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