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매개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
유 차 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경기대학교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책임교수
최초 대중가요 유행가스토리텔러
<막걸리 한 잔>은 2019년 가수 강진이 불러 히트한 노래다. 이 노래는 2020년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2위(선)를 한 영탁이 본선 2차전에 불러 원곡 가수와는 또 다른 환호를 받은 곡이다. 곡의 메시지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 사랑, 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원망·어머니에 대한 애정·막내아들에 대한 대견스러움이 소절마다 녹아 있다. 2019년 강진(1955-, 영암 출생, 본명 강옥원)의 신곡을 2020년 가수 영탁(1983~, 안동 출생, 본명 박영탁)이 열창한 절창. 대가족 시대 여럿이 같이 성장한 집안의 막내아들을 회상하게 하는 유행가의 전형이다. 청중들이 감동하는 것은 전통적인 내리사랑을 음유한 통속적인 가족을 얻은 노랫말과 우리 고유의 술 막걸리가 감성을 무르익게 하기 때문이다.
온 동네 소문났던 천덕꾸러기/ 막내아들 장가가던 날/앓던 이가 빠졌다며 덩실 더 덩실 춤을 추던 우리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들 많이 컸지요 인물은 그래도 내가 낫지요/고사리 손으로 따라주는 막걸리 한잔/ 아버지 생각나네 황소처럼 일만 하 셔도/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우리 엄마 고생시키는 아버지 원망했어요! 아빠 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 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 잔/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 아장아장 아들놈이 어느새 자라/ 내 모습을 달아버 렸네/ 오늘따라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그날처럼 막걸리 한 잔/ 아버지 우리 아들 많이 컸지요/ 인물은 그래도 내가 낫지요/ 고사리 손으로 따라주는 막걸리 한 잔/ 아버지 생각나네 /황소처럼 일만 하셔도/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 우리 엄마 고생 시키는 아버지 원망했어요/ 아빠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면 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신 막걸리 한잔/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 (가사 전문)
노래의 모티브와 소재는 막걸리 한 잔이다. 한 잔의 술, 인생사 희로애락의 동반. 노랫말에는 아버지가 그 아버지의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원망하고, 아버지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한다. 막걸리를 매개로 감동과 눈물을 버무린다. 막걸리는 찹쌀과 맵쌀·보리 옥수수·밀가루 등을 써서 누룩과 물을 배합해 발효시켜서 걸러 낸 술이다. 맑은 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서 만든 술. 빛깔이 탁하고 알코올 성분은 낮다. 발효된 재료를 주물러 걸러서 빛깔이 탁해 탁주·탁배기로 부른다. 막 거른 술이라 해서 막걸리, 희다고 해서 백주, 집마다 담그는 숨이라 해서 가주, 특히 농가에서는 필수적인 술이라 해서 농주 등으로 불린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는 좋은 숨을 뜻하는 미온(美醞)·지주(旨酒) 등으로도 적었고, 제주도에서 모주(母)라고도 부른다.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이라는 말. 인목대비(1584~1632, 양평대군의 생모)의 어머니인 노씨부인이 광해군 때 제주도로 귀양 가서 술지게미를 우려낸 막걸리를 만들어 값싸게 팔았는데,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슬이라고 대비모주(大妃母酒)라 부르다가 나중에는 대비를 빼버리고 그냥 모주라 불렀다. 이 막걸리의 주재료인 쌀은 1960년대부터는 식량 부족으로 인해 원료로 사용이 금지됐다가 1970년대 후반 쌀막걸리가 다시 만들어졌고, 2020년에는 쌀막걸리가 전통주의 대표 브랜드로 대중들의 컬컬한 목청을 시원하게 훑어준다.
막걸리(술)는 유행가요의 주요 모티브. 1932년 채규엽은 <술은 눈물일까 한숨이랄까>로 식민지 시대 민초들의 가슴팍을 후벼 팠다. ‘이 숨은 눈물이냐 긴 한숨이냐/ 구슬프다 사랑의 버릴 곳이여......’ 1956년 황정자는 <오동동 타령>,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동동주 술타령이 오동동이냐......’로 6·25전쟁으로 상처 난 민초들의 빈 가슴을 위무했다. 이 노랫말에 걸친 동동주도 막걸리의 하나다. 1994년 최백호는 <낭만에 대하여>로 노래 속의 막걸리를 '도라지 위스키'로 격상시킨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서 '도라지 위스키' 한 잔을 걸치고, 짙은 색소폰 소릴 들으며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진다. 유행가는 세태의 변화를 치렁치렁 달고 있는 세월 따라 자라는 나무이기도 하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술의 기원은 1만 2천 년 전. 중국 북부 허난 지역에 있는 신석기 마을 지아후(Jiahu)에서 발견된 항아리 흔적이 증거다. 지 발표(2004.12)에 의하면, 포도·호손 열매·꿀·쌀로 만든 발효 음료는 BC7,000~6,650년경에 생산됐단다. 유행가는 그 노래가 탄생한 시대의 현재다. 민초들의 술잔, 막사발이기도 하고 세월이라는 강 물결에 흘러가는 돛단배이기도 하다. 태평한 노래, 분통 터지는 노래, 한탄하는 노래는 인류 역사의 7천여 년 궤적에 걸쳐서 흘러 갔거나 흘러왔거나 흘러갈 감흥들이다. 봄이 활할거리는 이 절기에 막걸리 한 잔을 걸치고, <막걸리 한 잔>을 읊조려보자.
대중들은 왜 유행가, 트로트에 감응을 할까. 노래는 평세락(平歲樂)·난세분(亂世慣)·망국탄(亡國嘆)이다. 태평하면 즐거운 노래, 난세에는 분통 터지는 노래, 나라가 망하면 한탄·탄식하는 노래가 불려진다. 한(恨)이 흥(興)으로 감응하는 이 시대는 평세인가, 난세인가, 망세인가. 유행가는 역사이고, 대중들의 삶 자체다. 서양음악의 묘미는 선율에 있고, 우리 유행가의 묘미는 오선지에 드러누워 있는 노랫말이다. 이 매력과 마력을 합친 노래가 바로 영탁이 부른 <막걸리 한 잔), 유행가의 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