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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12/29  치학신문
유차영의 아랑가 ⑭
1948년 비 내리는 고모령 : 유호/박시춘/현인·최향(미스트롯3)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

 


 유 차 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경기대학교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책임교수


 대중가요 유행가스토리텔러

 

 

 

 고모령(顧母領)은 대구와 경산 사이에 있는 고개다. 뒤돌아서 어머님을 바라본다는 고개, 어머님을 뒤돌아보는 아들은 효자다. 이런 효자를 예로부터 참사람으로 꼽았다. 곤륜산 혹은 사흘 동안 밤낮을 연이어서 숯불에 태워도 색상과 윤기가 변하지 않고, 장강에는 어둠 속에서도 광채를 발하는 아랑구슬이 있었다. 효자의 마음도 이와 같다. 이 참사람, 효자들이 부른 노래가 <비내리는 고모령>이고, 우리네 형님들온다 효자 효녀들이었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날 밤이 그리웁구나// 맨드라미 피고 지고 몇 해이던가/ 물방아간 뒷전에서 맺은 사랑아/ 어이해서 못 있느냐 망향초 신세/ 비 내리는 고모령을 언제 넘느냐// 눈물어린 인생 고개 몇 고개이더냐/ 장명등이 깜박이는 주막집에서/ 손바닥에 서린 하소 적어가면서/ 오늘밤도 불러본다 망향의 노래. (가사 전문)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고모령에서 어머니와 헤어진 화자가 오랫동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심정을 묘사하고 있다. 고모령을 한 맺힌 이번 장소로 묘사하며 눈물 어린 인생 고개로 은유하고, 어머니를 녹여 대중들의 가슴을 후벼판 민중 노래다. 스스로를 망향초 신세라고 자조하면서 비통하게 향수를 달라는 내용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와 태평양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했던 격동기의 시대 상황과 잘 어우러진다. 노래 발표 당시 고모령은 경북 경산군이었으며, 인근에는 경부선 철도 고모역이 있었다. 이 곡은 최규하 전 대통령의 애창곡이기도 했다.


 1969년에는 임권택 연출로 같은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2001년에는 노래의 무대인 고모령에 노래비가 세워졌다. 앞면에는 노래의 가사가, 뒷면에는 이 노래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를 향한 영원한 사모곡(思母曲)으로 널리 애창되기를 바란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발표 당시 제목은 '비 나리는'이란 옛 표기법이었고 작사가의 이름도 유호의 초기 필명인 호동아였다. 유호가 이 노래를 작사한 사연은 예술창작 특급이다. 작가의 번쩍거리는 기치와 홀연한 일탈, 그는 박시춘으로부터 <어머니> 노래 작사를 부탁받은 후 서울중앙방송국(KBS) 도서관 벽에 걸려 있던 커다란 지도를 빤히 들여다본다. 그는 평면지도에서 시간 차와 공간 차를 융합한 이미지를 발견한다. '어머니를 돌아다본다'는 고모(母)의 뜻을 갖고 있으면서 급행열차가 서지 않는 고모역(顧母驛)을 발견한 것. 그리고 단숨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노래 발표 당시 대구역에서 영천역을 향해 가노라면 경산군 초입에 고모역과 고갯 마루가 있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좁고 가팔랐으며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치하 때는 징용으로 끌려가던 아들이 여기까지 따라온 어머니의 손을 놓고 이별하던 곳이다. 그 리고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던 곳, 고모역은 1925년에 건립됐다가 2006년 11월에 81년의 역사를 끝으로 폐쇄돼 사진 속에만 남아 있다. 현인의 창법은 성악 발성을 기반으로 한 특유의 떨림이 매력이었으며, 번안곡 열창은 세계적인 추세와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6·25전쟁 전후에는 전쟁 상황과 피란 생활의 애환을 그려 시대 분위기를 음유했으며, 지병인 당뇨병을 앓다가 2002년 4월 13일 향년 82세로 영면하여 성남시에 묘지가 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 후 음반을 발표하면서 데뷔한 가수 제1호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송곳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어도 뾰족하게 표식이 난다는 말이다. 흔히 참인재를 두고서 하는 말이다. 참인재는 바로 어느 쪽으로도 미혹하지 않고 한결같은 양언(良言), 양심의 소리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 노래에도 보편적 가치를 혼용한 참노래가 있다. 고갯마루에서 뒤돌아본 어머니, 그 어머니에 대한 참노래의 정수,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라는 서글픈 서정이 <비 내리는 고모령>을 부르는 화자의 가슴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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