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만장 판매 기록한 정훈희 제2의 전성기 시작 곡
유 차 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경기대학교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책임교수
대중가요 유행가스토리텔러
정훈희의 노래는 언제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불가능할 정도의 고음에서도 전혀 힘들이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무리하지 않는 편안함은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1915~1998, 미국 가수)가 말하는 좋은 가수의 기본 요건 중 하나다. 정훈희의 목소리는 화이트와인처럼 목 줄기를 감아 돌아 가슴속의 호수로 흘러드는 실크 결의 소리, 꾸밈없는 천상의 울림이다. <꽃밭에서>는 26세 정훈희의 꽃밭이었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엔/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송이/ 루루루루 루루루루//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엔/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송이/ 루루루루 루루루루. (가사 전문)
정훈희는 1952년 부산에서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와 밴드마스터였던 숙부, 큰오빠 등 음악과 인연이 깊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여름방학을 맞아 부산에서 서울로 온 정훈희는 서울 남대문 인근 호텔에서 그 호텔 나이트클럽 악단장이던 작은아버지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노래하고 있었다. 그때 부른 노래가 줄리 런던(Julie London, 본명 Gayle Peck, 개명 Julie London Gayle Peck Webb Troup, 1926~2000, 미국 여성가수)의 <러브 레터(Love Letter)>다. 당시는 미8군 부대에 출연하던 20~30대 가수들만 팝송을 부를 줄 알던 시절이다.
“가시나 쪼깐한 게 건방지게 노래 잘하네.” 클럽 옆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1967년 당시 최고의 작곡가이던 이봉조가 노랫소리에 이끌려 클럽을 찾았고, 16세 정훈희의 노래를 듣고 처음 던진 말이다. 이봉조가 여고생이 부르는 재즈풍의 발라드에 반한 것이다. 이봉조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색소폰 연주곡으로 발표했던 <안개>의 LP판을 건네며 “집에 가서 멜로디를 외워오라.”고 했다. 2~3주 뒤, 이봉조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인 탓에 야간 녹음을 하기 위해 순경을 앞세우고 정훈희를 데리러 왔다. 정훈희는 처음 찾은 스튜디오에서 신성일·윤정희 주연의 영화 <안개>의 주제곡인 <안개>를 릴테이프에 녹음했다. 일단 KBS·MBC·동아방송에 보내기 위해 데모 음반으로 세 개의 릴테이프에 녹음했던 것이다. 이것을 방송 3사에 갖다줬는데 테이프 쟁탈전이 벌어졌다. 며칠 만에 다른 노래를 10곡 더 녹음해 재킷 사진도 못 찍고 첫 음반을 냈다. 이것이 40만 장이나 팔렸다. 이것이 정훈희의 가수 데뷔 스토리다.
그녀는 1988년 제1회 도쿄국제가요제에서 가수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아테네 국제가요제에서는 <너>라는 곡으로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치고 유일하게 수상했다. 1989년 칠레가요제에서는 <무인도>라는 곡으로 3위와 최고가수상을 동시에 받았다. 1991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돼 방송 출연 정지를 당하고, 1년 후 해금돼 <꽃밭에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렇게 한창 우리나라 인기가수로 거듭나던 정훈희는 가수 김태화(1950~)와 결혼한 후 임신한 상태로 남편과 함께 <우리는 하나>라는 앨범을 녹음하기도 했다. 그리고 30여 년 만인 2008년에 ‘40th Anniversary Celebrations’ 라는 독집 앨범을 발매했다. 또한 <살짝쿵>은 정훈희의 <그 사람 바보야>를 리메이크 한 곡이다.
조선왕조 세종 임금 시절 최한경(생몰 미상)의 시 <좌중화원(坐中花園)>이 바로 <꽃밭에서> 시다. 최한경은 세종 26년 진사로 급제해 세조 12년 강원도 관찰사로 관직을 마쳤다. 그의 일생을 기록한 <<반중일기>>에 <좌중화원(坐中花園)>(꽃밭에 앉아서)이라는 시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에 간직했던 고향의 첫사랑 이웃집 처녀를 생각하며 성균관 유생 시절 지은 시다. 옛 시와 노랫말이 같다. ‘坐中花園(좌중화원) 꽃밭에 앉아서/ 膽波天業(담파요업) 꽃잎을 보네/ 兮兮美色(혜혜미색) 고운 빛은/ 云河來矣(운하래의) 어디에서 왔을까/ 灼灼基花(작작기화) 아름다운 꽃이여/ 河被矣 (하피의) 아름다운 꽃이여/ 斯于吉日(사우길일) 이렇게 좋은 날에/ 吉日于斯(길일우사) 이렇게 좋은 날에/ 君子之來(군자지래) 그 님이 오신다면/ 云何之樂(운하지락) 얼마나 좋을까’(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