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가을 옛사랑 그리워 이승과 저승 오가는 사랑의 상념
유 차 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경기대학교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책임교수
대중가요 유행가스토리텔러
이 노래는 미당 서정주의 시 <푸르른 날>(1948년, 시집 <귀촉도>에 발표)에 송창식이 곡을 붙여서 부른 곡조이며, 1983년 제1회 KBS 작사대상을 받았다. 기존의 시에 곡을 붙였는데 작사상이었다니, 창작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노래 속의 화자는 깊은 가을을 마주하고 앉아서 멀리 떨어져 있는 옛사랑을 그리워하며, 봄·여름·가을·겨울과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사랑의 상념에 빠져 있다. 시가 노래로 탄생한 최초의 곡조는 1958년 김소월의 시<진달래꽃>에 손석우가 곡을 읽어서 박재란(1938~)이 부른 것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1절 2회 반복)
<푸르른 날>을 발표할 당시 미당 서정주는 68세, 송창식은 36세였다. 서정주는 1915년 고창 출생, 2000년 향년 85세로 작고한 생명파 시인이다. 호는 미당(未堂)·궁발(窮髮)이고, 부안에서 자랐다. 그는 1933년 개운사 대원암의 박한영 스님 밑에서 수학을 한다. 이후 1936년 경성 중앙불교전문학교를 중퇴하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시 <벽>이 당선돼 등단했다.
1936년 김광균·김동리·오장환과 시인부락 동인 활동을 했고, 일본 제국주의 강제점령기 때 다쓰시로 시즈오(達城靜雄)로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의 대동아전쟁 찬양과 조선인들의 참전을 독려하는 작품 활동을 하는 등 친일 행적을 가지고 있다. 해방 후에는 우익 성향의 조선청년문학가협회를 결성해 좌익 계열의 조선문학가동맹과 맞섰으며, 이후 서라벌예대와 동국대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주요 시집으로 <화사집><귀촉도><신라초><서정주 시선>(<국화 옆에서>수록) 등이 있다. 서울 관악구에 시인의 고택이 남아 있으며, 그의 행적과 문학 활동에 대해 많은 설이 따라다닌다.
미당의 <푸르른 날>이 봄·여름·가을·겨울을 관통하는 사계절 시라면, <국화 옆에서>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1947년 11월 9일, 경향신문에 발표됐던 이 시에 유행가를 멜로딩하는 선율을 읽으면 어떤 감홍일까. 피날레 절기를 가을에 맞춘 곡조,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