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와 로랑생의 삶이 떠올라
유 차 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경기대학교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책임교수
대중가요 유행가스토리텔러
<제3한강교>는 어디일까. 한강의 다리는 몇 개일까. 이런 질문이 이 노래 끝에 매달린다. 한강의 다리는 1900년 최초로 한강철교가 완공됐고, 1916년에는 최초의 인도교가 가설됐다. 2020년 기준으로 한강의 다리는 34개이다. 제1한강교는 한강대교, 제2한강교는 양화대교, 제3한강교는 한남대교다. 뒤이어진 다리 번호는 없다. 같은 해에 다리 여러 개가 건립됐기 때문에 매기지 않았다. 1979년 이 노래를 부를 당시 혜은이는 24세였다.
강물은 흘려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마음을 싣고서/ 젊음은 갈 곳을 모르는 채/ 이 밤을 맴돌다가/ 새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만 갑니다/ 어제 처음 만나서 사랑을 하고/ 우리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밤이 새면은 첫차를 타고/ 이름 모를 거리로 떠나갈 거예요/ 오오 두롯두룻두 하~/ 강물은 흘러 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 바다로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만 갑니다// 어제 처음 만 나서 사랑을 하고/ 우리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밤이 새면은 첫차를 타고/ 이름 모름 거리로 떠나갈 거예요/ 오오 뚜뚜못두 하~/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 바다로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만 갑니다/ 흘러만 갑니다/ 흘러만 갑니다. (가사전문)
<제3한강교>는 어찌 보면 발칙한 노랫말 곡조다. 시대를 앞질러간 노래라고 하기에는 낮이 뜨겁기도 하다. 젊음은 갈 곳을 모르는 채 밤길을 맴들다가 어제 처음 만난 사람과 오늘 하나가 된 노래이니,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노래를 들으면 파리 센강변의 몽마르트(Montmartre) 언덕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언덕 꼭대기에 서면, 센강을 오가는 유람선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가 남긴 시 <미라보 다리>가 저절로 암송된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이여 올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자/ 우리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흐르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흘러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중략). 이 시는 마리 로랑생이라는 24세 여성 화가와 아폴리네르의 이별을 읊은 사랑 노래다. <제3한강교)를 부를 당시 혜은이 나이와 같다. 24세였다. 기욤 아폴리네르는 피카소(1881~1973)로부터 로랑생을 소개받고 생면부지(生面不知)의 그녀를 찾아가서 첫눈에 사랑하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4년 만에 파국을 맞았다. 1956년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생전의 소망대로 하얀 옷에 빨간 장미를 손에 들고 첫 사랑 아폴리네르의 편지를 가슴에 안은 채로 숨을 거두었다. 마리 로랑생이 이승을 등진 그해 1956년에 혜은이는 제주도에서 출생했다.
혜은이(본명 김승주)는 1975년 <당신은 모르실 거야>로 데뷔해 <당신은 모르실 거야><열정><감수광><제3한강교><당신만을 사랑해><뛰뛰빵빵><독백><비가><파란나라><진짜진짜 좋아해> 등을 히트했다. 남편은 배우 김동현이었고(2019년 이혼), 사촌동생은 서울패밀리의 보컬리스트 김승미다. 그녀의 아버지 김성택은 낙랑쇼의 단장이자 변사였다. 1962년 7세 때 대전 선화동으로 이주해 선화초교·호수돈여중고를 졸업했다. 애초 가수의 꿈을 가진 것은 아니었고, 아버지가 보증을 서주었다가 잘못돼 길거리로 쫓겨나서 밥벌이를 하려고 노래를 불렀단다. 하지만 타고난 끼를 어쩌랴, 키 158cm에서 발산하는 댄싱 파워를 보라, 2015년 2월 23일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한 혜은이는 남편 김동현의 빚보증과 사업 실패로 재산을 탕진해 200억 원이 넘었던 빚을 10년 동안 갚았다고 했다. 2015년은 혜은이의 가수 데뷔 40주년이었다. 가수 불혹(歌手不惑)의 세월이다. 대중가수는 공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