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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01/29  치학신문
유차영의 아랑가 ㊱
1979년 열애 : 배경모/최종혁/윤시내·홍자(미스트롯)

인기 DJ 배경모의 유서편지가 모티브인 불꽃같은 곡

 

 


 유 차 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경기대학교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책임교수


 대중가요 유행가스토리텔러

 

 

 

 유행가가 대중들의 인기 용광로에 데워지면 감정 폭탄이 된다. 1979년 우리나라에 그런 노래 다이너마이트가 터졌다. 윤시내의 <열애>다. 이 노래는 남녀 세대 차이를 가리지 않고 가슴 저린 감동과 아름다운 순애보(純愛譜)에 찬사를 더했다. 2012년 싸이가 터뜨린 <강남스타일>은 지구 축을 뒤흔든 감성 폭탄이었는데, 1979년 <열애>는 대한민국을 순애보 폭탄으로 울렸다. <열애>는 우리 대중가요사에서 가장 처절한 곡절을 품은 노래이고 활활거리는 불꽃처럼 부른 노래이며 불꽃처럼 불렸고 앞으로도 그렇게 불릴 절창이다.

 

 처음엔 마음을 스치며 지나가는 타인처럼/ 흩어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앉으나 서나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대 향한 그리움/ 그대의 그림자에 쌓여 이 한 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 그대의 가슴에 나는/ 꽃처럼 영롱한 별처럼 찬란한/진주가 되리 라 그리고 이 생명 다하도록 이 생명 다하도록 뜨거운 마음속 불꽃을 피우리라/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우~. (가사 전문)

 

 이 노래의 모티브 편지를 쓴 배경모가 사망(1943~1978)한 후 배경모의 아내 김지현이 작곡가 최종혁에게 편지 내용을 건넸고, 이 한 편의 시 같은 편지에서 <열애>가 탄생했다. 흥미롭게도 이 노래는 1795년에 작곡된 베토벤의 가곡 ‘내 마음이 타버린 제가 한 송이 꽃으로 피어, 자주색 잎마다 그대 이름 또렷이 빛날 것이오’라는 <아델라이데>의 마지막 노랫말과 ‘이 생명 다하도록 뜨거운 마음속 불꽃을 피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라는 <열애>의 마지막 노랫 말이 많이 닮았다. <아델라이데>와 <열애>는 남성이 여성을 사모하는 노래다.
 <열애>는 1970년대 부산문화방송 음악 PD이자, 심야 음악방송 <별이 빛나는 밤에>의 인기 DJ였던 배경모의 비극적인 일대기를 그린 영화 <열애> 속에 흐른다. 최백호 등 부산 출신의 가수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배경모는 부산 지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음악 프로그램 DJ였지만, 직장암에 걸려서 36세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 놓고 요절했다.
 이에 1982년 김호선 감독은 부산 관객들을 겨냥해 100% 부산 로케이션으로 영화 <열애>를 제작했다. 그해 7월 17일 처음으로 부산 동명극장에서 개봉해 무려 1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첫날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사인회를 열었고, 배경모의 미망인 김지현을 초대하는 등 많은 행사를 열었다. 영화에서 배경모 역은 김추련, 아내 역은 나영희였고, 영화 속에는 많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영화가 시작될 때는 <열애>, 배경모가 DJ를 하면서 연인이던 아내와 속삭이던 장면에는 <DJ에게>,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는 최백호의 <아내에게 쓴 마지막 편지>가 흐른다.
 당시 윤시내는 26세였다. 윤시내(본명 윤성례)는 1953년 서울에서 출생해 서울예술고를 졸업하고, 1974년 영화 <별들의 고향>의 주제가 <열아홉 살이에요>를 불렀으며, 1975년 미8군 무대를 통하여 데뷔했다. 대표 곡은 <공연히> <열애> <DJ에게> <공부합시다>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이 노래에서 ‘그대’는 사랑하는 연인이 아니라 돈 이다) <외로운 여자> <이별에서 영원으로> 등이 있다. 그녀는 1979년 TBC에서 주최한 세계국제가요제에서 <열애>로 은상을 수상했으며, 1980~1984년까지 MBC 10대가수상을 5년 연속 수상했다. 윤시내는 1984년 연 소득 1,628만 2천원을 신고해 가수 부문 7위였다. 그녀는 한때 미사리 카페촌에서 가수 오균아(경남 거창 출신)와 같이 <열애>라는 라이브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배경모가 아내 김지현에게 쓴 마지막 편지로 가슴을 적셔보자. ‘너의 이름은 지현이라 했다/ 손이 닿으면 손끝이 시려울 것 같은/ 가을의 한 나래에서 우리는 만났다/ 나는 너의 애달픈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고개를 숙이면 너의 영혼마저 쏟아져버릴 것 같아, 지현아/ 너는 그때 스물 하나의 꽃다운 나이였다/ 서른여섯이 되도록 내가 한 일은 무엇일까/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했고/ 두 아이의 아버지였고/ 목숨을 나누는 친구가 있었고/ 술잔에 담긴 시가 있었고/ 그리고 나의 전부를 사랑해준 나의 아내 지현이가 있다/ 이제 죽음은 고통이 아니라 나의 친구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데려가려 한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다/ 그러기에 창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죽음인지 내 아내의 인내스러운 발소리인지/ 이젠 구별할 수조차 없구나/ 네 이름은 지현이라 했다/ 나는 남편이라기보다는 변덕스러운 연인에 불과했다/ 나는 알고 있다/ 너의 사랑/ 이제는 모든 것은 끝났다/ 음악도 끝났고/ 술병은 비었고/ 친구들도 떠났다/ 너를 남겨두고 이제는 내가 간다.'
 36세 배경모가 말기 직장암(直腸癌) 투병을 하면서 아내 김지현에게 남긴 유서 편지(遺書便紙), 이것이 이 노래 모티브다. 1960~1970년대는 시가 노래가 되기도 하고, 설화 소설이 노래가 됐다가 다시 영화가 되는 대중가요계의 트렌드가 새벽안개처럼 일어났었다. 1964년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도 프랑스 소설가 알렉산더 뒤마 피스(1824~1895)의 실화 소설 <춘희>(1848)가 모티브였고, 노래는 영화(<동백아가씨>)로 탄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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