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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11/29  치학신문
유차영의 아랑가 ⑫
1957년 한 많은 대동강 : 야인초 / 한복남 / 손인호·송가인(미스트롯)

오가지 못할 휴전선과 대동강에 맺힌 한은 같은 맥락

 

 

 유 차 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경기대학교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책임교수


 대중가요 유행가스토리텔러

 

 

 <한 많은 대동강>은 1920년대 말 우리 대중가요 유행가의 사립문 노래라고 할 수 있는 <황성옛터>와 음유(吟遊)의 끈이 닿아 있다. 1928년 이애리수는 봉건과 근대 문명의 충돌 지대이던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에 500여 년의 역사를 되새겨, 폐망한 고려왕조를 회억(回憶)한 노래를 불렀다. 1957년 발표된 <한 많은 대동강> 역시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찾아가지 못하는 북녘 고향땅을 노랫말로 그려낸 마음그림이다. 철조망이 가로막혀 가지 못하는 북녘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폐망한 성터나 다를 바가 없다.
 애잔한 전주가 서곡으로 울려 퍼지는 동안 낭송되는 오프닝 대사는 21세기에는 보기 드문 유행 가락의 서정이다. '내 고향 평양성아/ 그리운 대동강아/달 밝은 부벽루야/ 능라도 봄버들아/ 너와 함께 뱃놀이로 밤을 새던 옛 추억/ 수심가야 흥을 돋운 평양기생 잘 있느냐/ 반월도 불새들아 연광정 봄바람아/ 영명사 종소리는 나그네를 울리더냐/ 꿈에라도 잊을손가 꽃을 따던 평양 처녀/ 그리워서 불러보는 대동강아 내 고향아.'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 모란봉아 을밀대야 네 모양이 그립구나/ 철조망이 가로막혀 다시 만날 그 때까지/ 아~ 소식을 물어본다 한 많은 대동강아// 대동강 부벽루야 뱃노래가 그립구나/ 귀에 익은 수심가를 다시 한 번 불러본다/ 편지 한 장 전할 길이 이다지도 없을소냐/ 아~ 소식을 물어본다 한 많은 대동강아. (가사 전문)


 야인초(?-1999)가 노랫말을 짓고 한복남이 곡을 붙인 이 노래는 손인호의 목청으로 세상문을 두드렸다.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로 의문의 망향 한을 첫 소절로 풀어놓는다. 당시 26세 손인호(본명 손효찬)는 1927년 평북 창성, 역시 이북 출생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 고향 마을이 수풍댐 물속에 잠긴 실향민, 당시 온 가족이 이주한 곳은 백두산 근처 장춘. 그는 광복 뒤 신의주로 귀국, 평양판서공쿠르대회에서 <집 없는 천사>를 불러 1등을 했다. 이후 1946년 월남(越南)해 6·25전쟁 중 군예대(軍藝隊)에서 활동하다가 제대 후 공보처 공무원으로 <대한뉘우스> 녹음을 담당했다. 그 무렵 박시춘을 만나 <나는 울었네>를 부르지만 가수로 데뷔는 하지 않고 노래만 부른다. 그는 얼굴 없는 가수였다. 당시 공무원 신분으로 가수 출연이 제한됐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해본다. 그는 2003년(77세)에 대한가수협회에 등록한 노령 신인가수였고, 아들이 가수 손동준이다.
 야인초(?~1999, 본명 김봉철)는 황해도 박연 태생이다. 그는 1946년 광복 이듬해에 일본에서 귀국해 부산 남항동에서 철공소를 운영하며 철공소 내에 음반제조 설비를 갖추었다. 이것이 부산 최초의 음반사 코로나레코드다. 이곳에서 녹음한 노래가 <고향 아닌 고향>, 김봉철이 작사하고 백영호가 곡을 붙여서 한산도가 한종명이라는 예명으로 부른 노래다.
 대동강은 예로부터 수많은 이별과 사랑 노래와 시를 품고 있다. <청산별곡>과 함께 고려가요의 쌍벽인 <서경별곡>도 그 하나다. 별곡(別曲)은 본래 신라 이래로 전해 내려오는 속악(樂)이나 중국에서 건너온 당악(唐樂), 송악(宋樂)과 다른(別) 노래(曲)를 가리키는 고려의 음악 용어이며, 특히 <서경별곡>은 이별 노래의 절정이다. <서경별곡>을 현대판으로 풀어보자. '서경이 좋은 곳이지만/님이 다른 곳으로 떠나간다면/ 나는 하던 일 다 버리고 따르리라/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도 끈은 부러지지 않듯이/ 천년을 홀로 지내더라도/ 님에 대한 믿음은 변하지 않으리.'
 1945년 해방 직후 38선(강화도 교동도~양양군 현북면 잔교리를 잇는 위도 38도선)은 제한적으로 왕래가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의 군정을 거쳐 1948년 남북한에 이념으로 대칭(자유민주주의 : 공산주의)되는 나라가 각각 건국되고, 2년 뒤 북한 공산군의 기습 남침으로 발생한 동족상잔의 6·25전쟁(1,129일, 1950년6월25일~1953년7월27일)이 정전(停戰)되면서 그어진 휴전선은 오가지 못할 가시덩굴, 철의 장막(帳幕)이 됐다. 그래서 한이 주렁주렁 맺혀 있다. 대동강에 맺힌 한도 같은 맥락이다.
 <한 많은 대동강>은 2019년 TV조선에서 실시한 제1회 <내일은 미스트봇> 결선에서 송가인(1986~, 진도 출생, 본명 조은심)에게 1등상 진(眞)을 안겨준 곡조다.
 이 노래는 오프닝 대사와 본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대동강 유적지를 각각 다르게 묘사한다. 평양성·부벽루·능라도·반월도·연광정·영명사 등은 오프닝에 낭송되고, 모란봉·부벽루·을밀대가 노랫말에 인용된다. 중복된 부벽루를 빼면 각각에 대한 음유를 해야 노래속 화자의 풍류를 제대로 끽흥(喫興)할 수가 있으리라.
 능라도(綾羅島)는 평양직할시 중구역 대동강의 섬 하중도다. 북한의 5·1종합경기 장이 있고, 1988년 개통된 능라교와 1995년 개통된 청류교가 있다. 강 서쪽 평양 시내 와는 터널로 연결된다. 모란봉에 있는 영명사(永明寺)는 대동강·능라도 평양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뵈는 명승지, 부벽루와 을밀대와도 가깝다. 영명사는 청일전쟁 때 파손 돼 다시 지었으나, 6·25전쟁 때 완전히 불탔다. 전쟁이 나면 사람만 죽는 것이 아니라 민족 고유의 문화재들도 불포화를 맞아 역사 속으로 폐멸(廢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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