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정
기 태 석
대전·기태석치과 원장
사자루에서 낙화암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백화정이란 정자가 부소산 암벽 위에 살포시 올라앉아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에 자리 잡은 자태가 신선이 내려앉은 듯이 보인다.
백화정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사비성이 함락될 때 이곳에서 목숨을 버린 궁인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1929년에 낙화암 위에 ‘부여고적보존회’가 세운 육각지붕의 정자이다. 소동파가 귀양을 갔을 때 성 밖의 호수를 보고 지은 ‘강금수사백화주’라는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안내판에는 이곳을 감싸고 도는 백마강과 주변의 산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이 펼쳐져 관광객이면 반드시 들르는 명소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막상 정자에 오르니 멋들어지게 사방으로 날개를 펼친 소나무 때문에 백마강 물줄기는커녕, 구드레나루에서 고란사를 오가는 황포돛대 유람선의 모습과 강 건너 왕흥사지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또다시 안타까움을 마음속으로 삭이고 있는데, 정자를 열심히 청소하고 계신 정자 담당 미화원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분은 부소산성 내에 있는 정자들만 매일 청소하고 계시는 분으로 정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묻지도 않았는데 현판을 쓴 분들을 열거하시며 부소산성 내 정자들의 우수성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한다. 나도 그녀에게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며 나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정자에 오르는 목적은 주위 경관을 즐기는 것도 매우 큰 목적인데, 좋은 위치에 있지만 하나같이 주변 풍광을 볼 수 없으니 좋은 정자가 아닌 것 같다.’라고 하니, 아주머니도 인정을 하면서 ‘우리나라는 환경단체에 의해 나무를 함부로 제거할 수가 없어 미루다 보니 경관을 해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특히 소나무는 건드릴 수 없는 고귀한 존재인 것 같다.’라는 얘기도 곁들이면서, 지금 환경단체 등과 협상 중이니 곧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어놓는다. 나는 그녀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도 정자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느낄 수 있어서 그녀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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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정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본 백마강 모습. 멀리 강 건너에 백제의 재상을 선출하는 장소였던 천정대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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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정에서 보여야 할 왕흥사지 모습과 황포돛대의 모습은 백화정 아래에서 나뭇가지를 피해야만 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