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규암리 금동관음보살입상(국보)
기 태 석
대전·기태석치과 원장
국립부여박물관에 갈 때마다 애처롭게 바라보는 불상이 하나가 있다. 거기에 슬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다. 1907년 부여 규암면에서 주민이 땅을 파다 뚜껑이 덮인 쇠솥을 발견하고 열어보니 부처상 2구의 형제 불이 나왔다. 발굴자가 주변에 알리자, 당시 부여에 파견 나와 있던 헌병대가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유실물로 보관한다고 가져갔다. 언제인가 난리가 나자, 스님들이 불상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급히 묻어놓았다가 다시 꺼내지 못해 묻혀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1년 후 헌병대는 ‘임자 없는 물건’이라면서 일본인에게만 경매 붙여, 니와세라는 일본인 차지가 되었다. 니와세는 1922년 두 개 중 하나를 대구의 의사인 이치다에게 팔아버려서 형제 불은 지금까지 원치 않는 이산가족이 되었던 것이었다. 크기가 작은 것은 해방 후 서울에서 압수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가 국보로 지정되었으나 이치다가 산 큰 불상은 1929년 대구 신라예술품 전람회에 전시된 뒤 일본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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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여 규암리 금동관음보살입상은 미스 백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불상답게 모든 자태가 아름답지만, 특히 잘룩한 허리에 삼곡 자세의 유연함이 뒷모습까지 아름답게 만들었다. |
가냘프고 날씬한 체형에 비해 통통한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가득 머금고 오른쪽 무릎은 살짝 구부리고 왼쪽으로 허리를 가볍게 틀어 자연스러운 삼곡 자세(목과 허리 부분을 반대 방향으로 약간씩 꺾어 몸이 S자처럼 세 번 휘는 것을 말한다.)를 하고 있다. 머리에는 삼면 관을 썼는데 정면에 작은 불상(화불, 아미타불)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7세기에 백제에서 많이 만들었던 전형적인 관세음보살임을 말해준다. 오른손에는 작은 구슬을 왼손은 천의를 살며시 잡고 있다. 7세기 이전의 보살상은 천의가 양다리 앞에서 교차하고 있는데 7세기 이후로는 평행을 이루거나 이 관음보살상처럼 몸 옆을 타고 대좌 끝까지 내려간다. 대좌의 연꽃잎은 6세기 불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하나의 꽃잎 안에 작은 꽃잎 두 개를 돋을새김하였다. 크고 육중한 영락 장식이 몸의 앞뒷면에 좌우대칭으로 걸쳐 있는데 이는 중국 수나라 보살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7세기 전반 보살상에서 많이 나타난다. 광배를 끼웠던 자리가 뒷머리에 한 개만 있어 머리에만 광배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6세기에 만든 불상은 부조처럼 앞면만 조각하고 뒷면을 소홀히 처리했는데 7세기에 오면서 뒷면까지 사실적으로 조각하여 완벽한 환조로 변하게 된다. 잘룩한 허리와 삼곡 자세 같은 세련된 자태와 미소 띤 생동감 넘치는 얼굴, 부드럽게 흘러내린 천의 자락, 보주와 천의를 살포시 잡은 양 손가락의 표현 등 백제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는 최고의 걸작이다.
아름답지나 말지, 잠시 돌아와 더 슬픈 백제 미소여!
그런데 영원히 잃어버렸다던 이치다의 불상이 95년 만에 잠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호암미술관의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2024. 3. 27~2024. 06. 16)이라는 불교미술 기획전에 백제 관음상이 천년 미소를 띠고 나타났다. 자비롭고 온화한 미소로 ‘백제 3대 미소 보살’(금동반가사유상, 서산 마애 삼존상)로 불리는 이 불상은 현재 일본의 한 사업가가 소장하고 있었다. 이 불상은 높이 28cm로 머리에 삼면 관을 쓰고 왼손에 정병을 든 채 아리따운 자태로 서서 입가엔 한없는 자비로운 미소를 머금고, 어깨, 허리를 살짝 비튼 삼곡 자세, 천의를 두르고 구슬 장식을 걸친 모습 등이 백제 불교미술의 정점에 오른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우리의 불상을 훔쳐 간 이들에게 빌려와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는 또 다른 이산가족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아름답지나 말지, 잠시 돌아와 더 슬픈 백제 미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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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암미술관 전시에 나온 ‘백제관음보살상’의 백제 미소와 아름다운 삼곡자세의 뒤태가 돋보인다.(인터넷 자료) |
http://www.chihak.co.kr/news/2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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