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창지와 수혈병영지
기 태 석
대전·기태석치과 원장
부소산성 내에는 백제시대부터 내려온 자취가 서려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중 군창지는 영일루 바로 옆에 있고 수혈병영지는 군창지에서 반월루로 가는 내리막길에 있다. 군창지는 곡식을 저장하던 창고로 백제시대로부터 조선시대에까지 군사용 창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1915년에 불에 탄 곡식(쌀, 보리, 콩) 낟알이 발견되어 창고 터로 알려지게 되었고, 두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에서 불에 탄 쌀이 다량으로 출토되고 가운데 공간을 두고 동서남북에 건물을 배치한 백제시대 ‘ㅁ’자형 대형 창고 건물의 기단부가 발견되었다. 각 건물터에서 백제시대에 가공된 주춧돌이 확인되었으며 토기와 기와 조각 등이 발굴되어 백제시대 군창으로 밝혀졌다. 또한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 조각이 출토되어 후대까지 부소산성이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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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2023. 6월 초)에도 군창지 주변에 세 번째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
군창지에서 아름다운 숲길을 조금만 내려가면 수혈건물지가 나온다. 이곳은 백제시대 땅을 파고 거주했던 수혈병영지인데 평시에도 군사들이 주둔하던 방어 목적 산성임을 알려 주는 곳이다. 수혈竪穴은 아래로 곧게 파 내려간 구멍이나 구덩이를 말하며 수혈건물은 움집을 말한다. 움집은 30cm에서 1m 정도를 평면이 되게 파낸 다음 둘레에 나무 벽을 쌓고 중앙에 모닥불을 피우며 사는 반지하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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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토된 수혈병영지를 보존하기 위해 전시 건물을 지어 잘 보호하고 있다. |
이곳은 1983년도 발굴 조사한 3개소의 수혈 건물지 중 형태가 가장 잘 남아있는 곳이다. 지표 아래 풍화암층을 깊이 70-90cm 정도 깎아 내려가 건물 바닥을 이루었다. 평면은 네모반듯한 사각형으로 한 변의 길이가 약 4m이다. 남쪽 벽 중앙에는 2단의 출입 계단 시설이 있고 가운데에는 기둥을 세웠던 4개의 구멍이 네모꼴로 있다. 이 수혈지 안에는 2줄의 구들 시설이 있는데 남쪽 끝에서는 구들 골의 옆 방향에서 불을 피웠던 아궁이가 북쪽엔 집 밖으로 난 굴뚝이 시설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수혈의 서쪽과 북쪽 벽에 인접해서 ‘ㄱ’자형 구덩이가 발견되는데 이는 그 위에 목재를 걸치고 짚 등을 깔아 휴식하던 침상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 수혈건물지 남쪽으로 좀 떨어진 비탈 아래서 저장 구멍과 목책을 세웠던 유구가 발견되었고, 아궁이 바닥에서 출토된 백제 토기 뚜껑과 집 주위에서 출토된 무구류의 유물 등으로 보아 5-6세기 백제 군사들의 병영 터로 추정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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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혈병영지 발굴 당시 사진으로 왼쪽 사진에는 ‘ㄱ’ 자형 구덩이와 오른쪽 사진에는 연도가 뚜렷이 보인다. |
개인적으로 이런 발굴조사 현장을 마주칠 때마다 우리 일반인들이 다 알 수 없는 수많은 노고를 해주고 계신 고고학, 사학, 미술사학자 여러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고, 남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새롭게 발견하고 느끼는 감동 또한 같이 느껴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